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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因緣) - 피천득

인연(因緣) - 피천득 지난 사월 춘천에 가려고 하다가 못 가고 말았다. 나는 성심여자 대학에 가보고 싶었다. 그 학교에 어느 가을 학기, 매주 한 번씩 출강한 일이 있다. 힘드는 출강을 한 학기 하게 된 것은, 주수녀님과 김수녀님이 내 집에 오신 것에 대한 예의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사연이 있었다. 수십 년 전 내가 열일곱 되던 봄, 나는 처음 동경(東京)에 간 일이 있다. 어떤 분의 소개로 사회 교육가 미우라(三浦) 선생 댁에 유숙을 하게 되었다. 시바꾸 시로가네(芝區白金)에 있는 그 집에는 주인 내외와 어린 딸 세 식구가 살고 있었다. 하녀도 서생도 없었다. 눈이 예쁘고 웃는 얼굴을 하는 아사코(朝子)는 처음부터 나를 오빠같이 따랐다. 아침에 낳았다고 아사코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고 하였다. 그 집 ..

다른 2007.07.05

병문안..

남편과 쉬는 날이 어쩌다 마주쳤다. 나야 항상 쉬는 것처럼 일을 하니 상관 없다만 남편은 그렇질 못하니.. 모처럼 같이 쉬게 되는 날은 데이트하는 날이다. 부지런한 그는 늦잠도 못 잔다. 서둘러서 길을 나섰다. 지난 주 부터.. 아니, 훨씬 전 부터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미뤄졌던 꼭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넓은 주차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벌써 가슴이 먹먹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를 본 지가 꽤 된 듯 싶다. "자꾸 소화가 안 돼요.." 같이 밥을 먹다가 그녀가 불쑥, 던지듯 한 말이다. 그녀는 암에 걸렸다. 소화가 안 된다는 말을 한 지 얼마 안돼서 그녀는 그렇게 암 선고를 받고 말았다.  주위에 암에 걸린 사람이 많아져서 한 동안은 머리를 제대로 가꾸질 못했었다. 덕분에 긴 머리카락을 아주 짧게 ..

달빛아래 2007.06.11

그리고 별이되다..

그리고 별이되다 - 나윤선깊은 밤 하늘 숲 속 닿을 수 없는 길 그저 희미한 빛으로 어린 내 눈을 비추네 무리한 꿈의 티끌 숨쉴 수 없는 길 그저 희미한 빛으로 슬픈 내 눈물 달래네 어쩌면 살아가는건 영원히 깨울 수 없는 수 많은 꿈들의 소리 없는 어울림 일지도 몰라..깊은 밤 하늘 약속돌아올 수 없는 길그저 희미한 빛으로지친 내 영혼 달래네..어쩌면 살아가는 건 영원히 잠들지 않는 수많은 별들의 끊임 없는 인형놀이 일지 몰라..깊은 밤 하늘 약속돌아올 수 없는 길그저 희미한 빛으로지친 내 영혼 달래네..

음악 이야기 2007.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