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아래

가을 편지 3 - 가을 음악회..

달빛.. 2005. 11. 7. 07:16

 

   
가을 편지 3- 가을 음악회..
'가을 음악회..'
말이 거창하지만 나에겐 정말 뜻 깊은 음악회였다.
"엄마.. 나.."
"응. 나 뭐?"
말을 꺼내놓고 망설인다.
어느새 훌쩍 커 버린 아들이 가끔은 낯설기도 하지만 
대견해서 한 없이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아들이다.
"왜? 말해 봐."
"저기.. 엄마.. 나 하이스쿨가면 오케스트라 그만 둘래."
큰 애는 피아노를 참 좋아했었다.
너무 어려서 안 된다는 애를 
본인이 좋아하니 그냥 놀더라도 가르쳐 달라고 했었다.
가르치는 선생님도 신기하다 할 정도로 
아이는 피아노에 재능이 있어 보였다. 
비록 엄마 마음이겠지만..
크면서 훌룻을 좋아해 학교밴드에서는 훌룻으로 최고이기도 했다.
'이'를 교정하면서 그렇게 잘 불던 훌룻을 
불편하다는 이유로 멀리하더니 하이스쿨에 가서는 
그것도 그만두어 버렸다.
엄격하면서도 자상하셨던 아버지.
나는 늘 순종만 했던 착한 딸이었고.. 그러다
그 순종이 마음에 안들어 반항하던..
이 다음에 내 아이에겐 정말 아이가 원하는 것만 해 주는
'세련된 엄마가 되자' 했었다.
그렇게 아이가 원하는 것만 해 준다던 내가  
그만 큰 애 때문에 생각이 바뀌게 되어
색스폰을 하고 싶다는 아들에게 바이얼린을 강요했다.
심성 착한 아들은 엄마가 하자는 대로 따라 주었고
그런 아들을 나는 대견스러워했다.
그랬는데..
이제는 오케스트라에서 훠스트 바이얼린 주자가 된 아들이
바이얼린을 그만 두겠단다.
남편은 아들을 남자답게, 씩씩하게 키워 보겠다고  
억지로 아이스하키를 가르쳤다.
일주일에 3번, 아이스링크를 갈 때마다 아들의 표정이 안 좋았다.
남편 대신 아들을 데리고 갔던 어느날..
마침 경기중인 팀들의 싸움을 보게 된 나는 얼마나 놀랐는지..
치열한 몸 싸움과 고함소리.. 
그날 밤 남편에게 항의를 했다.
왜 하필 그렇게 터프한 운동을 아이에게 시키느냐고..
그냥 하던 골프나 데리고 다닐 일이지.
좋은 엄마 아빠 되겠다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만 하던 우리 부부.
큰애의 중도포기가 어느덧 우리를 이렇게 극성부모로 만들어 버렸다.
피아노를 즐기던 아들..
어느날 피아노 레슨을 거부하고 드디어 마음을 내 놓았다.
잠시 지나가는, 틴 에이저가 되는 바람인 줄 알았는데
오늘은 아들이 진지하게 말을 꺼낸 것이다.
자기가 정말 원하는 것은.. 
바이얼린도, 피아노도, 그리고 아이스하키도 아닌
진짜로 하고 싶은 색스폰을 부는 것..  
컴퓨터 게임을 맘대로 하는 것..
그리고.. 
아이스 하키를 안 해도 엄연한 남자이며 
정말 되고 싶은 것은 의사라는..
 ....
어쩌면 아들이 하는 연주회로는 마지막이 될 
이번 가을 음악회를
애틋한 마음과 홀가분한 마음으로 내 눈 속에 가득 담아 두었다. 
그리움으로 기억 될, 아름다운 날들을 위해..
   

'달빛아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San Diego 의 겨울바다..  (0) 2006.01.06
LA 여행..  (0) 2005.12.28
Halloween..  (0) 2005.11.03
가을 편지 2 - 30년 지기 친구  (0) 2005.10.29
가을 편지 1 - 단풍 숲을 거닐다.  (0) 200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