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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길이 되어 당신께로..

달빛.. 2006. 12. 15. 05:11

    내가 길이 되어 당신께로

                                - 이정하

길은 내게 일렀다,
이제 그만 돌아가라고.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걸어왔노라고.

길 위에 서면 나는 서러웠다.
갈 수도,
안 갈수도 없는 길이었으므로.
돌아가자니 너무 많이 걸어왔고, 
계속가자니
내가 이 길을 왜 가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가는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

허무와 슬픔이라는 장애물,
나는 그것들과 싸우며
비틀거리며 길을 간다.
그대라는 이정표,
나는 더듬거리며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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