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밖에는 봄
-유행두 (2007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자)
지구 끝에서 아내가 붕어빵을 굽고 있다.
파닥거리는 지느러미에서 비늘이 떨어진다.
지구를 한참이나 돌다 온 듯한. 퇴계 선생 지폐 위에 가볍게 흩어진다.
산달 아내, 배가 부푼다.
중환자실.
어머니는 링거병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한 알씩 세고 계신다.
끼니 때마다 가는 호스 타고 내려가는 미음.
포르말린 먼지 반짝. 휠체어 힐끔 훔쳐보신다.
저녁마다 어둠이 먼저 눕던 달셋방.
도란도란 웃음을 젓가락질하던 밥상에서 어머니와 아내가 번갈아 등을 토닥거리고
몇 개월 전 신문처럼 할 일 잃고 누운 내 옆에서 아내는 낮은 기도 소리를 쥐어준다.
가끔씩 지구는 벌떡벌떡 몸을 세워 링거병을 흔들고 아내를 병실 바닥까지 내려 앉히지만
아내는 언제나 가지런히 웃는다.
모둠발을 해 본다.
날개가 돋은 휠체어.
휠체어가 대기권을 향해 바퀴를 힘차게 굴린다.
지구가 뒤로 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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