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를 낳고 어른들의 '첫 딸은 살림 밑천'이라는 말씀이
그냥 단순히 위로하는 말인 줄로 만 알았었다.
외아들인 남편덕에 부담을 안고 첫 출산을 해야하는 나는
어른들 보다도 더 아들을 바랬다.
하지만 맘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어서
힘들게 수술까지 하고 난 아이가 그만, 딸이었다.
둘째를 낳았을 때..
첫애 낳고 더는 낳지 말라 하셨던 시어머님은
아들을 낳았다고 좋아서 우셨다.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세상이..
어느때부턴가는 하나도 벅차단다.
그래도 나는, 아들을 낳았다는 뿌듯함에
둘도 마음에 두지 않았었다.
"잘 키우면 되지 뭐.."
8년을 딸애만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키우다가
그렇게도 원해서 낳은 아들인데
왜 그렇게 키우기가 버거운지..
"둘이 딱 좋다. 이제는 그만!"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셋째..
많이 망설였었다.
"이제는 정말 힘든데.."
낳지 말라던 남편은, 도저히 가르칠 수 없도록
셋째를 편애를 한다.
아빠만 믿고 버릇이 엉망이 된 아이를 두고 고민을 했다.
한마디 하면 오히려 열마디로 덤비는 그애를 어떻게 할까..
그러나 남편은 나한테 줄 사랑까지도 다 그애한테 주는 것 처럼
아랑곳 하지 않는다.
살림밑천이라던 첫 딸 큰애와 막내는 12살 차이이다.
막내를 낳고 버거워하는 엄마대신 큰 애는 동생을 잘도 보살핀다.
그애가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지..^^*
'조잘 조잘~ 재잘 재잘~'
이제는 막내의 애교에 나까지..^^*
역시 사랑받고 자란 아이는 다르다.
위의 큰 애들도 아낌없는 사랑을 주어 키웠지만
어딘지 우리부부가 보이지않는 부담을 주었었나보다.
너무 예의 바르도록 조심스럽게 행동을 하는 큰애들하고는 다르게
막내는, 남편의 잘해도 못해도 무조건 잘했다 칭찬만 듣고 자라서인지
응석꾸러기로 늘 제 멋대로인데도 그애를 보면 자꾸 웃게 된다.
우리부부의 기쁨인 막내..
그런 그애를 과연 '덤'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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