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1- 단풍 숲을 거닐다.
"이~ 야호!"
산이 없는 시카고라 그런지
약간의 오르막 내리막이라도 아주 특별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스듬히 내리막인 그리움의 숲에 불현듯 찾아 온
반가운 손님들을 만나기로 했다.
들어서는 숲길 사이로
우뚝 우뚝 솟은 나무들의 자태가 과연 웅장하다.
"어머나!"
들어서자 마자 그만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어느새 빛깔 고운 단풍들의 향연이
총 천연색으로 온통 만발해 있었기 때문이다.
눈부신 햇살아래, 햇살보다 더 투명한 오렌지빛 나무..
노오랗게 물들어 살랑살랑 흔들어 대는 늘씬한, 키 큰 나무..
새 빨갛게 물들어 불 타오르는 듯한 옷을 둘러 입은, 키 작은 나무..
아직도 푸르름을 자랑하는 기운 넘치는 싱그러운 나무..
기다리지 못하고 그만, 다 벗어버린 성급한 나무..
이름도 모르는 나무들의 끝없는 행진을 따라
스르르 끌려 들어간 오색향연은 가슴을 설레게 했다.
아..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아파하면서도, 울면서도 그리워 했던 고운 가을 날들..
난 그렇게 가을을 깨우고
버석 거리는 기억들을 찾아 점점 숲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하늘은 드 높아 닿을 수 없고..
발 밑에 사각거리는 낙엽들의 속삭임이 아련한,
아름다운 가을 노래는 그렇게 그리움의 숲속에서 곱게 울려 퍼졌다.
가슴을 울리는 고운 목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