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loween
10월의 마지막 밤..
한국에서는 어떤 가수의 '10월의 마지막 밤'이란 노래 이후로
더없이 의미부여가 된, 분위기 있는 날.
특히 연인들은, 이별의 아픔을 아쉬움을
그리움으로 아름답게 추억하는 그런 날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나는 매해 이 날만 되면 괴롭다.
그 운치있는 10월의 마지막 밤이 이곳에서는 다름아닌
'할로윈 데이'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미국 온 뒤로 17번째 맞는 '할로윈 데이' 이다.
매년 이 날만 되면
"엄마! 우리는 왜 커스텀 안 입어? 왜 추릭 오어 추릿 안해?"
올해도 여지없이 막내는 조르고 나는 설명하느라 진땀을 뺀다.
하다가 하다가 지치면 위로 큰애들한테 다시 설명해주라 부탁하고
나는 슬며시 빠져나가지만 그래도 한 말 다시 하고 또 하고..
지친다.
벌써 3번째 아이이기 때문이다.
얼굴이나 머리에 또, 옷과 가면 등으로 이상야릇하게 분장을 하고
길거리를 떼 지어 호박모양으로 된 통 하나씩 들고 누비고 다닌다.
집집마다 벨을 눌러 "trick or treat!" 하면서 호박통에
캔디나 쵸콜릿을 받으며..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무서운 분장을 하고 괴성을 지르며
다니기도 해서 섬뜩한데
심지어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은 캔디에 약품을 넣거나 쵸콜릿에
면도칼 같은 예리한 물건들을 넣어서 주어 사람을 다치게 하기도 한다.
아무튼 유래가 잘못되어 그냥 'fun'으로 즐긴다고는 하지만
참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더더우기 크리스챤들 까지도 의미없이 그냥 재미라며 너도나도 즐기는데
교회안에서까지 할 때는 정말 어이가 없다.
미국에 처음 오던 해에는 낯설지만 그런대로 재미있어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몰라서 처음 보는 그런 일들이 신기했었다.
한국에서는 없었던 행사이니 말이다.
그러나..
도대체 무슨 날인가 궁금해서 그 유래를 알아보고 난 뒤 부터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잘못된 점을 잘 설명해 주고 참여를 못하게 했다.
아이들은 그래도 하고 싶어했지만..
미국에서 이리도 난리를 치는 할로윈은 다름아닌..
중세기 기독교가 전래 되기전,
이 행사가 시작된 나라의 새해였던 11월 1일 전날인 10월31일에
악마를 쫓는다는 의미와 함께 점을 치는 것에서 부터 시작되었단다.
그 이래..
점점 변형되어져서 사람들은 너나없이 그냥 재미로 같이 즐기게 된 것이다.
단순히 재미라며 더 더욱 강도 높은 분장들로..
또한 이 날은 미국에서는 상업적으로
연매상이 할러데이중 두번째로 높은 날이기도 하다.
호박까지 날 뛰는..
올해도 여지없이 맞는 골치아픈 날이지만..
지혜롭게 보내기로 했다.
'Holywins Fest.2005'로 바꿔서
교회안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오늘 나는..
금붕어를 나눠주는 'Gold Fish 아줌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