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5일-
LA행 비행기에 오르다..
아침부터 진눈깨비가 내린다.
서둘러서 길을 나서서 그런지 시간은 너무 이르다.
시카고의 전형적인 겨울날씨가 늘 그렇듯이 바람은 불고..
을씨년스럽게 오늘은 눈도 비도 아닌 적당히 섞인 진눈깨비다.
공항에 들어서자 크리스마스인데도 사람들이 몹시 붐빈다.
"우리만 움직일 줄 알았는데.."
인터넷으로 산 티켓이라 e-ticket을 다시 뽑아야했다.
식구가 많으니 그것도 한참 걸리고..
드디어 게이트를 찾아서 들어가고..
아.. 시간이 너무 많다.
커피를 뽑아들고 큰애의 친구엄마가 구워 주었다는 케잌을 한입 넣었다.
이른 아침이라 별 맛이 없어 도로 닫아버렸어도 고마운 마음은 입안가득이었다.
창밖은 여전히 진눈깨비로 질퍽한데 비행기밖의 상황은 사뭇 바쁘다.
보딩을 하고 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다시 보니 엊그제 다녀온 여행길처럼 친근한 마음은
도대체 올해는 몇번을 공항을 들락거렸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이골이 난 사람처럼.. 별로 어려울것도 없이 그냥.. 바로 옆집에 놀러가는 것처럼..
아니, 내차에 올라탄 것처럼.. 그렇게 덤덤한 마음으로 창밖풍경을 바라보았다.
나비가 사뿐히 날아오르는 것처럼 비행기는 육중한 몸체를 들고 날아올라
어느새 땅아래의 형태들은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게 진눈깨비도 사라지고 솜털같은 구름위로 스르르 밀려가는 느낌은
침대위에서 편안하게 누워있는듯, 두둥실..
아이들은 한국에 다녀온 뒤 비행기 여행은 처음이라 꽤 공간이 있었나보다.
귀가 먹먹하다고 얼굴을 찡그린다.
아뿔사!
드디어 일이 터졌다.
아들애가 갑자기 식은 땀을 흘리는가 했더니
에구..
미처 손을 쓸 시간도 없이..
아직 회복이 덜 된 애를 데리고 너무 무리를 했나싶다.
정신이 없는 애를 여기저기 닦아주고 뒤치닥거리를 해 주었다.
스튜어디스들은 그렇게 일이 터졌는데도 신경도 안쓴다.
한국비행기같으면 예민하리만치 너무 신경을 써 줘서 미안했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아들애를 화장실로 데려가서 씻게하고 옷도 갈아입도록 했다.
참 고마운 사람이다.
우리 뒷자리에 앉아있던 미국사람은
우리부부가 이리저리 뒷치닥거리에 왔다갔다 하는 그 짧은사이에도
자기가 사용하던 담요까지 이용해서 아들애를 도와주었다.
오히려 스튜어디스보다 낫다는 생각이었지만 그 경황에 고맙다는 인사를 제대로 못했다.
밖으로 나오니.. 날씨는 역시 LA답게 봄이나 가을정도의 온도였다.
우리가 떠나올때 시카고의 진눈깨비로 질퍽했던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남편친구가 나온다는데 그만 딸애가 화장실이 급하다는 바람에 남편과 떨어지게 되었다.
뒤늦게 공항밖으로 나와서 남편친구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렌트카를 찾았다.
LA의 도로가 낯설지 않음은 도로사정이 비슷해서인가?
아니면 싸인의 색깔이 시카고와 같은 녹색이라서 그런지
늘 다니던 길처럼 친근한 길을 달려
조금은 늦었지만 계획대로, 잘 찾아들어간 얼바인 온누리교회에서
크리스마스 주일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성탄의 표적'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듣는 내내 우리가 꼭 주님의 탄생을 쫓아 이끌리듯
베들레헴의 말구유로 찾아간 목자들과 같은 느낌이 들어서 빙긋 미소를 지었다.
우리 교회와 비슷한 분위기지만 역시 남의 교회라 낯설어서 그런지
조금은 정신없는 예배를 드리고 난 후
그 교회를 다니고 있는 몇명의 남편의 친구들가족과 인사를 나누었다.
세사람의 친구가 같은 교회를 다니는 터라
한 곳에서 친구가족들 여러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니
갑자기 그 교회의 사람들이 다 아는 사람들인 것처럼 친근해졌다.
디즈니랜드 다운타운의 밤 거리는 작지만 훌로리다 올랜도와 비슷했다.
오가는 많은 구경꾼들과 몸을 비비면서 거닌 길 위로 LA의 크리스마스는
까만 밤하늘아래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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