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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도시에 바람이 분다..
바람의 도시에 바람이 부는 것은 당연한데
오늘은 후두두두둑.. 덜커덩 덜컹..
몹시도 불안하다.
열어둔 창문 사이로 삐죽이 디미는 봄빛..
코 끝을 간지르는 바람에 실려온
그리움의 빛깔이다.
젖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올려다 본 하늘은
푸른 바닷빛..
하얀 솜털 구름이 두둥실 물결을 탄다.
올해도 어김없이 4월은 오고 그리고 벌써 중반..
다른 해에 비해 봄이 조금 늦은 것 같지만
그래도 여전히 하늘은 푸르고 햇살은
은빛물결을 만들어낸다.
구름위에 동그랗게.. 그렸다 지웠다 벌써 몇번..
이제는 잊혀질 때도 됐는데..
그 해..
온통 흐드러진 꽃들을 소담스럽게 담고 있을 때 울린
비보..
돌아가신 아버지 기일이 이달에 있다.
사람들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한다.
내게는 정말 그렇다.
몇년동안 뵙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쓰러지신 아버지.
한마디 말도, 눈도 마주쳐 보지 못하고
축 늘어져 의식불명인 상태로 그만 마지막이 되어버렸다.
그 원통하고 서러운 마음이란..
두고 두고 아버지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은
해 마다 4월이 되면 더 크게 내 가슴을 적신다.
다 하지 못한 효도가 생각나서도 아니다.
말 한마디만이라도.. 아니..
아버지의 눈빛 한번만이라도 마주쳐 볼 수 있었더라면
마지막 인사라도 할 수 있었을텐데..
그 뼈아픈 아픔이다.
어차피.. 누구나 한번은 가는 곳이다.
아니.. 누구나 돌아가야 할 본향이다.
그렇지만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진 못 하더라도..
잘 가시라는 인사라도, 아버지가 계셨던 자리를
기쁨으로 바라 볼 수 있도록 해 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말이라도 할 수 있었더라면
아버지 목소리가 이렇게 크게 울리진 않을 것이다.
새털 같은 하얀 구름하나 쑤욱..
내 눈위에 떨어지고 또 바람은 분다.
바람의 도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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