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아래

바람의 도시에 바람이 분다..

달빛.. 2006. 4. 14. 11:27
    바람의 도시에 바람이 분다.. 바람의 도시에 바람이 부는 것은 당연한데 오늘은 후두두두둑.. 덜커덩 덜컹.. 몹시도 불안하다. 열어둔 창문 사이로 삐죽이 디미는 봄빛.. 코 끝을 간지르는 바람에 실려온 그리움의 빛깔이다. 젖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올려다 본 하늘은 푸른 바닷빛.. 하얀 솜털 구름이 두둥실 물결을 탄다. 올해도 어김없이 4월은 오고 그리고 벌써 중반.. 다른 해에 비해 봄이 조금 늦은 것 같지만 그래도 여전히 하늘은 푸르고 햇살은 은빛물결을 만들어낸다. 구름위에 동그랗게.. 그렸다 지웠다 벌써 몇번.. 이제는 잊혀질 때도 됐는데.. 그 해.. 온통 흐드러진 꽃들을 소담스럽게 담고 있을 때 울린 비보.. 돌아가신 아버지 기일이 이달에 있다. 사람들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한다. 내게는 정말 그렇다. 몇년동안 뵙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쓰러지신 아버지. 한마디 말도, 눈도 마주쳐 보지 못하고 축 늘어져 의식불명인 상태로 그만 마지막이 되어버렸다. 그 원통하고 서러운 마음이란.. 두고 두고 아버지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은 해 마다 4월이 되면 더 크게 내 가슴을 적신다. 다 하지 못한 효도가 생각나서도 아니다. 말 한마디만이라도.. 아니.. 아버지의 눈빛 한번만이라도 마주쳐 볼 수 있었더라면 마지막 인사라도 할 수 있었을텐데.. 그 뼈아픈 아픔이다. 어차피.. 누구나 한번은 가는 곳이다. 아니.. 누구나 돌아가야 할 본향이다. 그렇지만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진 못 하더라도.. 잘 가시라는 인사라도, 아버지가 계셨던 자리를 기쁨으로 바라 볼 수 있도록 해 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말이라도 할 수 있었더라면 아버지 목소리가 이렇게 크게 울리진 않을 것이다. 새털 같은 하얀 구름하나 쑤욱.. 내 눈위에 떨어지고 또 바람은 분다. 바람의 도시에..

'달빛아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떡하면 좋아..  (0) 2006.08.29
씨암탉..  (0) 2006.07.06
주먹밥..  (0) 2006.04.04
아스팔트, 마른 나뭇가지 그리고 남의 집 벨코니..  (0) 2006.04.03
UNIVERSAL STUDIOS..  (0) 200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