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아래

나쁜 엄마..

달빛.. 2006. 10. 4. 13:57

"얘들아~

빨리 일어나~! 늦는다!"

이방 저방 돌아다니며 깨우기 바쁘다.
지난밤 저녁 늦게 까지 영화보느라 잠이 모자란 아이들..
엄마의 극성스런 외침에 부시시 눈 비비며 일어난다.

"에구.. 오늘은 늦겠다~"
"다음부턴 토요일 저녁에 영화보지말고 일찍들 자!"
"..."

아무말들이 없는 건 내 말에 모두 수긍을 한다는건지
아님, "그래도 소용없어요" 하는건지..
조용하다.

서둘러서 달려도 교회까지 고속도로로 30분 거리다.
혀를 끌끌차며 준비하는 손길이 더욱 빨라질 수 밖에 없다.
겨우 마치고 차 문을 닫는 순간 시계로 눈이간다.
"...!"

늦었다.
남편은 주차장안내를 하고 난 총여선교회 임원으로
돌아가면서 하는 봉사 배당된 날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오늘 같은 날 늦을게 뭐람.."

끝까지 궁시렁거리는 날 보고 남편은 웃는다.
언제나 맘 좋은 아빠 역할만 하는 그인 오늘도 아무말이 없다.
그래서 그는 늘 아이들에게 최고의 아빠가 되고 만다.

"제발 당신이 좀 야단쳐요. 나도 좋은엄마 역할 좀 해 보자구요~!"

과연 지금의 내 외침이 그일 깨울까?
오늘도 변함없이 남편은 아이들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다.
아무말 없이..

지난 주일날 우리집 풍경이다.
                
남편이 출장가는 날이면 세 아이들 모두가 시무룩하다.
언제나 받아주기만 하는 아빠가 무척 든든한 버팀목이었는데
이젠 자기들 편들어 줄 아빠가 없으니 위기의식(?)을 느끼는 걸까?ㅎㅎ
엄마의 시달림을 미리 걱정하는 걸까..
아빠가 안 계실땐 엄마가 절대로 봐주지 않는다는걸 기억하기 때문일테지..
이렇게 해서 난 또 원하지 않는 나쁜 엄마가 된다.

식당에 가보면 어떤때는 밥을 먹는건지 아님 아이들 놀이터에 온 건지..
정신이 없을 때가 있다.
아이들이 식당에서 뛰어다녀도 그냥 놔 두는 부모는 거의 한국인 부모다.
밥을 먹다 한심해서 그애들을 바라보고 그애들 부모를 보면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자기들은 먹으면서 얘기하는데 정신이 없다.
그걸 못 보는 난 한마디 한다.

"얘들아! 너희들은 절대로 저러면 안된다!"
"네~ 엄마!"

대답은 하는데 나 안보는 곳에서는 어떨지..
아이들 교육에 신경 안 쓰는 부모 어디 있겠냐마는
정작 "공부 잘해라, 부모한테 잘해라,훌륭한 사람이 돼라" 등
칭찬받는 사람이 되길 원하면서도 아이들이 정말 갖춰야 할
덕목과 인성교육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한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세 아이들을 키우면서
무조건 뭐든지 남보다 잘하기만 원하는 그런 잘못된 바램은 아니었는지..
뒤돌아 본다.

부모가 한마음이 되어서 같은 방향으로 아이들을 키웠으면 좋겠는데
그런면에서 남편은 식당에서 만난, 아이들이 뛰어도 그냥 놔두는
그 사람들과 같은 부류다.

칭찬받을 일을 했을때는 아낌없이 칭찬해주고
야단쳐야 할 때는 따끔하게 야단도 치고 그래야 하는데
남편은 자유의지를 강조하면서 자기들이 알아서 하라고 그냥 놔두자고 한다.
부부가 어떻게 아빠는 되고 엄마는 안 되는 그런 교육을 해야 하는지..
답답하고 한심해서 종종 남편과 다투기도 한다.
그래도 천성인지 그인 바꾸질 못하고 가끔 내 잔소리가 싫어서
야단치는 척해도 영특한 요즘 아이들에게 그게 통할리가 없다.

버릇 가르치기로 말하자면..
아이들을 엄마가 야단치면 아빠가 속상하고
아빠가 야단치면 엄마가 속상해야 하는데 우린 어떻게 된게
엄마가 야단치면 온 집이 불안하고 아빠가 야단치면 아이들이 더 시끄럽다.
결국 내가 다시 나서게 되고..  에휴~ 내 팔자야가 나오게 되니..

그래도 나는 혼자라도 열심히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려 애쓴다.
덕분에 그만 나쁜 엄마가 되어버렸지만...ㅎㅎ

딸이 대학기숙사로 가던 날,
"엄마..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엄마가 아니었음 난..
아빤 언제나 ok ok 했어도 결과론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었는데
엄만 안 그랬어.
엄마가 안된다고 한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고
내가 정말 꼭 필요한 것은 거의 다 들어줬어."

"엄마한테 화 내고 투정부리고 그런건..
엄마는 언제나 예민하게 우리를 주시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랬어..
엄마 미안해. 그리고 고맙고..
엄마~! 사랑해!"

...
그 말이 없었으면 난 아마 정말로 내가 아이들에게
나쁜 엄마로 낙인됐을거란 슬픔을 안았을테지만
큰애의 그말에 나는 용기를 갖는다.

'출장중인 그인 오늘도 잘 보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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