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아래

그 엄마에 그 딸..

달빛.. 2006. 10. 4. 13:39

"엄마!" 

다급한 소리로 큰애가 불렀다. 

"엄마! 어떡해! 거북이가 죽었어...."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눈으로 망연하게 서 있는 큰애를 바라보며 

다시 또 금붕어 '먹순이'생각이 났다.

조그만 박스에 가엾은 거북이를 담고 사방을 테잎으로 봉하고 눈물도 함께 묶었다. 

꽃삽을 들고 집앞 화단으로 가는 큰애의 뒷 모습에 금붕어 '먹순이'가 따라갔다. 

그 엄마에 그 딸인지 얌전하게 생겼어도 당찬 큰애가 거북이의 죽음에는 2년전 엄마모습을 꼭 닮고 있었다. 

정든 '먹순이'를 딸의 외로운 기숙사생활에 동행시키고 난후 

반가운 상봉과 동시에 꼭 죽기전 나를 기다렸다는 것 처럼 

어이없는 죽음을 당했을때 몹시 아파서 그애의 무덤에 한번도 가지 않았던 나 였다. 

또 다시, 딸애가 애지중지 하는 거북이를 잃었다. 

딸애의 마음이 어떨지 너무 잘 알기에 아무말도 해 줄수가 없었다. 

20살이나 되는 다 큰 처녀애가 그깟 거북이 때문에 라고 하기엔 더 여린 이엄마는 

위로해 줄 말을 찾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사하고 친구와 멀어진 막내딸의 외로움을 보던날, 

독재엄마의 고집은 꺾어지고 강아지를 키울 수 있다는 허락을 했지만 

눈 높은 식구들의 취향이 쉽게 맘에드는 강아지를 찾지 못하고 결국은 조그만 애완용으로 눈을 돌렸었다. 

늘어 놓는것을 싫어하는 난, 여기저기 들썩거리도록 늘어논 pet들이 성가셨지만 

애기주먹만한 파인애플이 달려있는 뇌물성 화초덕에 눈 감아 줬었다. 

그랬는데... 

그것도 가장 정성들여 키우던 2마리의 거북이중 한마리가 그만 죽어버린 것이다. 

그렇잖아도 이사람 저사람 온 식구가 보는대로 먹이를 줘서 살이 쪘다고, 

그러다가 너무 뚱뚱해져 병들어 죽는다고 

"please! don't feed them except me." (제발, 나 말고는 먹이를 주지 마세요) 라고 

메모를 거북이 옆에 써 놓을 정도로 딸의 거북이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었다. 

아름다운 집에다가 어쩜 돌도 그렇게 형형색깔 예쁜것으로 사다가 넣었는지... 

산소를 넣어주는 기계를 들여놓지를 않나, 불을 밝혀주는 등을 달지를 않나 거북이의 호강이 대단했었다. 

정말 하는 짓이 얼마나 예쁜지 남편까지도 그 두마리의 예쁜재롱에 딸의 말을 어기고 몰래 먹이를 줄 정도였다. 

짧은 네 다리를 얼마나 흔들어 대는지 거북이에게 남편도 흠뻑 빠져 있었는데...
...... 

무덤을 만들어주고 들어온 큰애가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잠을 자는건지... 

또 다시 엄마와 같은 몸부림을 하는건지... 

뒤 돌아보니 파인애플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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