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보통 배짱 두둑한 애가 아닌 울 막내와 신경전을 벌였다.
학교버스가 왔다는데도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느긋하게 꾸물 거리더니
드디어 버스는 가 버리고.. 터벅 터벅 집에 돌아와서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다.
가만히 바라보다 슬그머니 화가 나서..
" 엄마가 뭐랬어? 버스 왔다니까.. 믿지도 않고 오히려 엄마한테 소리 지르더니.. 잘 했다! 걸어가!"
헐.. 아무소리도 않고 그냥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가더니 또 터벅터벅 걸어간다.. 학교 간다고..
내가 미쳐요..@@
부랴부랴 차를 몰고 나가서 걸어가는 애를 태워 학교에 데려다 주고 왔다.
그랬는데..
이상타? 벌써 학교에서 돌아와야 할 애가 안 온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어?
혹시 친구 집에 갔나 전화를 해 봤다. 안 받는다..
이곳 미국학교는 부모가 허락하지 않으면 같은 학교버스라도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도 못 타게 하는데..
정말 이상했다. 얼마나 마음이 답답하던지.. 학교로 달려가 봤다..
마침 담임선생님인 미스터 브래디쉬가 있어서 물어봤더니 모른단다..
" 에밀리네 간 거 아닐까요? "
오히려 같은 반 친구 이름을 댄다..
가끔 내가 그 친구집에 간다는 것을 허락한 걸 아는 선생님이 기억해내고 하는 말이다.
"벌써 전화해 봤어요.. 그런데 안 받는군요.."
다시 전화를 해 봐도 안 받아서 그 집을 가 봤다. 아무리 벨을 눌러도 없다.
에밀리 엄마가 일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오늘은 일을 안 하는 날이란다..
아.. 답답해..
어떡하나.. 경찰에게 연락을 해야 하나..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안 받는다.. 못 받는 것인지..
큰 딸에게 했다. 역시 안 받는다.. 급할 때는 꼭 연결이 안돼..
메시지를 남겨놓고 학교로 갈까 하다가..
혹시라도 선생님이 조급하게 경찰에게 먼저 연락할 까봐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조금만 기다려 보자..
집에 돌아와서도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날은 어두워지는데..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엄마! 에밀리네 집에 있어!" 큰 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애네 엄마하고 어딜 갔다 왔단다. 내가 미쳐요.. ㅠㅠ
...
지금 자기 언니하고 같이 로울러 블레이드 타고 온다는 애를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야단칠까 궁리하면서.. 에구.. 내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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