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그녀들과 만났다.
보자마자 서로 안고 인사를 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들이 이제는 제법 여유가 있다.
"우리 이렇게 셋이 한꺼번에 모인 게 얼마만이야?"
한 사람은 암으로 맘고생 몸고생 모질게 하다가
이제 겨우 가다듬고..
다른 또 한 사람은 아들을 장가보내놓고 허전해서
갱년긴가 할 정도로 무척이나 힘들어했었다.
세월이 약이라더니..
이제는 그들도, 어느새 각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세상을 통달한 것처럼..
내 모습도 그랬을까?
여의 그녀들은 내 외모에 대해서 얘기를 한다.
"어머.. 더 말랐다.."
"머리 예쁘다.. 어디서 해?"
십몇 년 동안 만날 때마다 똑같은 소리를 듣는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더니
오래된 친구들이라 그런지 수다가 길다..
본인 얘기부터 자녀 얘기..
교회 얘기, 남편 얘기, 형제 얘기, 여행 얘기, 적금 얘기..
이제는 하나 더 보태서 인터넷에서 동창방을 찾은 얘기까지..
레퍼토리가 다양하다.
만나러 나오기 전까지도 쳇팅을 했다는 그녀는
초딩동창의 얘기를 줄줄이 끝도 없이 늘어 놓는다.
"동창끼리 결혼한 애들도 있다네..
세상에 그것도 몇 커플씩이나 된다는 거야..
어머머.. 참!
어떤 친구는 행실이 안 좋아서 교도소도 들락거린다더라고..
아유~ 추워요! 아가씨 여기 히터 좀 올려줘요!"
얘기를 하면서도 중간 중간 양념처럼 써늘한 실내를 투정하며
한 번씩 주위정리를 한다.
"참! 그 집 딸은 어떻게 됐어? 학교 말이야..
추렌스훠 했어?
언제 졸업해?
사귀는 남자친구는 있고?
우리 애는 말이야..
이번 여름에 졸업하는데 벌써 인턴쉽을 하고 있어.."
계속 되는 질문공세에 자신의 딸 얘기로 이어진다.
"정말! 그 교회는 분위기가 어때?
요즘 문제지? 왜 이렇게 교회마다 난리인지..
우리 교회만 해도 그래.. 웬 장로를 그렇게 많이 피택을 해서
골치를 썪는지.. 문제야 정말.."
"저기.. 우리 계 들자.. 그래서 같이 여행 가자구.. 어때?"
"한국에 가는 계 할까?"
"그 집 아빠는 어때? 여전해?"
전화벨이 울렸다. 숨이라도 고르듯..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남편도 양반은 못 되나보다.. 이씨 조선 왕족이라고 큰소리치지만..
"응.. 여보!
지금 우리 아줌마들 모여서 밥 먹는 중인데..
어디야? 식사했어?"
"그 집 아빤 요즘 어때? 보고 싶다.. 우리 언제 모두 한꺼번에
만나야 할 텐데.."
전화 끝나기가 무섭게 남편에 대한 질문과 함께 다시 말이 이어졌다.
콧등 시큰한 겨울바람이 세월을 붙들고 몸살을 하고 있다.
창밖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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