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아래

데이트..

달빛.. 2007. 4. 20. 12:38

     

     

     

     

     

     

    타이틀을 저렇게 써 놓고 보니 어쩐지 부끄럽기도 하다.

    남들 다 하는 데이트.. 뭐 별거라고.. ㅎ

    그렇지만 나에게는 좀 색다른 데이트이기 때문에 우선 제목부터 썼다.

     

    그렇다..

    나에게는 애인이 있다.

    자칭 천하의 '달빛'이 남편외에 그 어떤 남자의 유혹에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데..

    유일하게 바라만 보는 사람이 있다.

    결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ㅠㅠ

     

    그랬다.

    늘 마음속으로는 흠모를 하면서도

    언제나 냉정한 그를 그냥 바라만 봐야 했다.

    어쩌다 눈빛이라도 마주치면 급하게 고개를 돌리고

    눈동자는 땅으로 떨구어야 했던..

     

    아.. 그런데 며칠 전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 나를 좀 만나줘야겠는데.."

    .

    .

    .

    .

     

    샤워를 하고..

    화장을 하고..

    머리를 하고..

    무엇을 입고 나갈까..

    옷장 문을 열고 이것저것 뒤적였다.

     

    마음은 설레고..

    신발이 잘 신겨지지가 않는다.

     

    운전대는 저절로 돌아가고..

    하늘엔 하얀 구름 유유하다..

    홍~ 홍~  콧노래가 신바람을 탄다.

    .

    .

    .

    .

     

    그의 눈은 사랑으로 가득한 눈빛이었다.

    그렇게 냉정하고 날카로웠던  그의 눈빛이..

    드디어.. 그는 나를 사랑하게 된 것일까?

    그가 다정하게 묻는다..

    잘 지냈느냐고..

    겨우 며칠만인데..

     

    같이 차를 타고 먼저 그로서리로 향했다.

    꽃을 샀다.

    모양도 예쁘지만 향기가 너무 좋았다.

    마음은 부풀어서 어느덧 하늘로 오른다.

    "찌륵~ 찌륵~ 찌르르르~"

    공기는 상쾌하고 새들의 소리가 드높다..

    그의 팔짱을 끼고 걷는 발걸음이 구름 위를 걷는 듯 하다..

     

    "우리 뭐 먹을까?"

    그가 물었다..

     

    문을 밀자 꿈쩍도 안 했다.

    아뿔싸!

    어느덧 오후 5시가 다 되어간다.

    대부분 이곳의 일식집은 아침 10시에 열어서 2시에 닫고

    다시, 저녁 5시에 열어서 밤 10시까지 장사를 한다.

    곧 열겠지.. 하고 차에 돌아가자고 하니.. 그가 그냥 서 있잔다.

     

    햇볕 따뜻하니 길에 서서 나누는 둘만의 담소에 은빛 햇살 곱게 묻어난다.

    "까르르르르르르르~"

    하늘로 날아가는 간지러운 웃음소리..ㅎ

     

    이윽고 일식집의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오후의 첫 손님이라 안에는 아무도 없다.

    오붓하다..

    에피타이저를 시키고 메인 메뉴를 주문하고..

    음식을 거의 다 먹어갈 무렵..

    "챙그렁~챙~"

    입구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문소리가 풍경소리를 닮았다고 생각하는데..

    "어?"

     

    어이쿠..

    다름 아닌.. 내 사무실의 브로커인 R 이 들어선 것이다..

    아휴.. 오늘 땡땡이 쳤는데..

    오전에 사무실 미팅이 있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지만.. 이건 원수도 아니고..

    하필..

    거기에서 마주친 것도 그런데 그와의 데이트까지 들킬 건 또 뭐람..

    에이.. 할 수 없다..

     

    "저기.. 제 애인이예요.."

    어이없다는 R의 표정이다.

    그래도 인사를 시키니 어쩔 수 없이 어정쩡하게라도 응수를 해 준다.

    서로 목례를 하고.. 각자의 테이블에 앉아서 소리가 없다..

     

    이미 남편을 아는 R이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이렇게 된 바에야..

    더욱 뻔뻔해져야 했다.

     

    반찬도 그에게 올려주고 다정하게 웃으면서 소곤거렸다.

    이왕 들킨 거 별수 없지 않은가..

    나중 일은 나중이고..

     

    차를 타고 오는 내내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나도 행복했다.

    처음으로 한 둘만의 데이트..

     

    내 차로 돌아오면서 큰 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

    .

    .

    .

    .

    .

    .

     

    "오늘 데이트.. 즐거웠어요.. 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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