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을 저렇게 써 놓고 보니 어쩐지 부끄럽기도 하다.
남들 다 하는 데이트.. 뭐 별거라고.. ㅎ
그렇지만 나에게는 좀 색다른 데이트이기 때문에 우선 제목부터 썼다.
그렇다..
나에게는 애인이 있다.
자칭 천하의 '달빛'이 남편외에 그 어떤 남자의 유혹에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데..
유일하게 바라만 보는 사람이 있다.
결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ㅠㅠ
그랬다.
늘 마음속으로는 흠모를 하면서도
언제나 냉정한 그를 그냥 바라만 봐야 했다.
어쩌다 눈빛이라도 마주치면 급하게 고개를 돌리고
눈동자는 땅으로 떨구어야 했던..
아.. 그런데 며칠 전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 나를 좀 만나줘야겠는데.."
.
.
.
.
샤워를 하고..
화장을 하고..
머리를 하고..
무엇을 입고 나갈까..
옷장 문을 열고 이것저것 뒤적였다.
마음은 설레고..
신발이 잘 신겨지지가 않는다.
운전대는 저절로 돌아가고..
하늘엔 하얀 구름 유유하다..
홍~ 홍~ 콧노래가 신바람을 탄다.
.
.
.
.
그의 눈은 사랑으로 가득한 눈빛이었다.
그렇게 냉정하고 날카로웠던 그의 눈빛이..
드디어.. 그는 나를 사랑하게 된 것일까?
그가 다정하게 묻는다..
잘 지냈느냐고..
겨우 며칠만인데..
같이 차를 타고 먼저 그로서리로 향했다.
꽃을 샀다.
모양도 예쁘지만 향기가 너무 좋았다.
마음은 부풀어서 어느덧 하늘로 오른다.
"찌륵~ 찌륵~ 찌르르르~"
공기는 상쾌하고 새들의 소리가 드높다..
그의 팔짱을 끼고 걷는 발걸음이 구름 위를 걷는 듯 하다..
"우리 뭐 먹을까?"
그가 물었다..
문을 밀자 꿈쩍도 안 했다.
아뿔싸!
어느덧 오후 5시가 다 되어간다.
대부분 이곳의 일식집은 아침 10시에 열어서 2시에 닫고
다시, 저녁 5시에 열어서 밤 10시까지 장사를 한다.
곧 열겠지.. 하고 차에 돌아가자고 하니.. 그가 그냥 서 있잔다.
햇볕 따뜻하니 길에 서서 나누는 둘만의 담소에 은빛 햇살 곱게 묻어난다.
"까르르르르르르르~"
하늘로 날아가는 간지러운 웃음소리..ㅎ
이윽고 일식집의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오후의 첫 손님이라 안에는 아무도 없다.
오붓하다..
에피타이저를 시키고 메인 메뉴를 주문하고..
음식을 거의 다 먹어갈 무렵..
"챙그렁~챙~"
입구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문소리가 풍경소리를 닮았다고 생각하는데..
"어?"
어이쿠..
다름 아닌.. 내 사무실의 브로커인 R 이 들어선 것이다..
아휴.. 오늘 땡땡이 쳤는데..
오전에 사무실 미팅이 있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지만.. 이건 원수도 아니고..
하필..
거기에서 마주친 것도 그런데 그와의 데이트까지 들킬 건 또 뭐람..
에이.. 할 수 없다..
"저기.. 제 애인이예요.."
어이없다는 R의 표정이다.
그래도 인사를 시키니 어쩔 수 없이 어정쩡하게라도 응수를 해 준다.
서로 목례를 하고.. 각자의 테이블에 앉아서 소리가 없다..
이미 남편을 아는 R이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이렇게 된 바에야..
더욱 뻔뻔해져야 했다.
반찬도 그에게 올려주고 다정하게 웃으면서 소곤거렸다.
이왕 들킨 거 별수 없지 않은가..
나중 일은 나중이고..
차를 타고 오는 내내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나도 행복했다.
처음으로 한 둘만의 데이트..
내 차로 돌아오면서 큰 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
.
.
.
.
.
.
"오늘 데이트.. 즐거웠어요.. 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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