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아래

독립기념일 2

달빛.. 2005. 7. 6. 04:49

어렸을 때, 정월 보름날만 되면 깡통에 구멍을 내고 그 속에 뭔가를 넣어서

뱅글뱅글 돌렸던 생각이 난다.

그거 한번 돌려 보고 싶어서 언니들 오빠들 꽁무니를 쫒아 다니던 생각에

코 끝에 주름 잡으며 웃었다.

 

오늘은 미국의 독립기념일..

다시한번, 때 늦은 자유를 찾아 보겠다던 어제였지만

고단수의 남편에겐 당할 재간 없어 또 한번의 포기를 해야만 하는 오늘은

아침부터 바쁘다.

 

잘 하지도 않는 아니, 전혀 안하던 축구를 하겠다고 나서는 남편을 바라보며 걱정도 되었다.

혈압도 높은 사람인데 이 더위에 괜찮을까?

마지못해 따라 나서긴 했지만 웃음으로 대신하는 남편의 자신만만이 얄밉다.

이구.. 이번엔 꼭 성공을 했어야 했는데..끙.

자유를 위한 나의 투쟁은 또 이렇게 끝이 나나보다 하고 어이없게 포기를 하는 마음이 씁쓸하다.

 

 

주로 빨강, 파랑, 노랑 그리고 흰색으로 물결치는 축구장엔 벌써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한인 전체 교회대항 축구시합이라서

곳곳에 각 교회마크를 한 텐트도 보였고

교인들끼리의 응원을 위한 만비 태세를 갖추는 으쌰 으쌰 맘을 합치는 모습도 보였다.

한쪽에는 먹거리인 듯 꾸러미 꾸러미 늘어져 있기도 하고..

 

사진사로 발탁된 나는 순간의 포착을 위해서 여기저기 마구 찍어댔다.

날은 화창한데 습한 바람이 불어 끈적이는 느낌이 꼭 비가 올 것 같았다.

기대했던 바와는 달리 웬걸, ㅎㅎ

두번의 경기를 끝으로 우리 교회는 어이없게도 탈락.

에이~ 힘 빠지네..

 

후두두둑..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흙바람을 일으키며 비가 쏟아졌다.

그럴거 같더라니..

애초에는 낚시를 가기로 했던 것을 교회행사에는 빠질 수 없다는 생각에

맘을 돌려 축구장으로 향했는데..

아이구. 이게 뭐람..

 

하늘은 깜깜하고 비는 쏟아지는데 차안은

그것도 가족나들이라고 흥겨운 노랫가락이 나온다.

아이들의 노랫소리에 창밖의 빗소리가 장단을 맞춘다.

 

휘익~ 우르르 꽝!

파파팍 꽝!

우르륵 꽝! 꽝!

휘리리릭~~ 꽝!

 

다시 또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이기지도 못할 쓸데 없는 신경전으로 시티에서 하는 불꽃놀이를 놓친 어제가 아쉬워

오늘은 타운에서 하는 불꽃놀이에 아예 일찍부터 자리를 했다.

호숫가 근처에 자리를 잡은 우리는 비온 뒤의 잔디밭 물기가 싫어서

그냥 차속에서 보기로 했다.

차의 지붕을 열고 그 위에서 그야말로 지붕위의 불꽃 소나타를 즐기기로 했다.^^*

 

고개를 올려 본 하늘엔 별들이 다 어디로 숨었는지 하얀 흰구름만 웃는 것처럼 흘러간다.

밤 9시가 넘었는데 별도 없는 하늘은 새벽처럼 투명하다.

 

사방을 둘러 곳곳의 타운에서 불꽃놀이가 한창이다.

몸을 사른 불꽃의 연기는 색색의 인종을 넘어서 모두에게 행복을 남기고 멀리 멀리 하늘을 울리며 날아갔다.

어렸을 때 깡통을 타고 날아가던 정월 보름날 불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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