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봇!!!"
"아니? 왜 애는 풀어 놓아가지고 키친에 볼일을 보게 하는거야? "
아침에 부엌에 내려오니 우리집의 강아지 녀석이 보기좋게 볼일을 보고 재빠르게 도망을 가 버렸다.
훈련을 시킨다고 하긴 하는데 이 영리한 녀석이 가끔 나의 예민함에 대해서 도전을 한다.
그런 줄 알면서도 남편은, 언제나 아침에 눈만 뜨면 강아지부터 풀어놓는다.
아이의 답답함을 십분 이해한다나 뭐라나?
기회는 이때다 싶어 그동안 쌓여 있던 것에 대한 분풀이를 한꺼번에 풀어놓았다.
"도대체 왜 풀어달라는 사람은 안 풀어주면서 강아지는 그렇게 잘 풀어주는 거야?
그애를 풀어주는 것 만큼 나도 좀 풀어달라고~!"
이게 무슨 소리냐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직도 조선시대를 사는 것 같은 사람이 바로 나다. (믿거나 말거나..^^*)
도대체가 내가 생각한 대로 내 마음대로 행동을 못하고 사는게 바로 나다.
모든 일에 남편의 비위를 맞춰서 남편이 원하는 대로 남편의 뜻에 따라서만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안이 시끄러워지니까..
책 읽는 것도 싫어하고, 음악을 듣는 것도 싫어하고, 친구를 만나는 것도 싫어하고, 컴퓨터를 하는 것도 병적으로 싫어하고..
눈은 자기만 바라보고 귀는 자기 입쪽으로 언제나 열어두고.. 오직 자기 발 끝에서 자기 시중만 들란다.
뭘 모르는 사람들은 날 보고, 그렇게 남편의 사랑을 받는데 행복한 투정을 한다고 하지만
하여튼..
그 일로 나는 내 자유를 위한 투쟁아닌 투쟁을 시작했다.
펑!
빵빵빵!
우르륵~ 휘이잉~... 펑!
따따다닥~팍!
뜨겁게 달구던 해가 어스름 기울어지자 여기기저기에서 난리다.
7월 4일, 내일이 미국의 독립기념일이기 때문에 오늘밤은 전야제로 불꽃놀이를 한다.
사방에서 폭죽을 터트리는 소리가 한껏 마음을 들뜨게 했다.
올해는 어느곳으로 구경을 갈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호수가 보이는 곳에서 돗자리를 깔고 준비한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여유있게 구경을 하자는
남편의 제안에 그럴 듯 하다 싶어 그러자고 했었다. 어제까지도..
"나 좀 이제 그만 풀어달라고! 숨 막혀!"
사방에서 울리는 폭죽소리에 더욱 힘 입어 내 자유에 대한 투쟁의 언성도 같이 올라갔다.
남편은 기가막힌지 아무소리도 안하다가 슬그머니 나가버렸다.
투쟁할 상대가 없어지면 허공에 대고 할 수도 없고..
침대에 그냥 누워버렸다.
'아이고 허망해라. 이게 뭐야? 말이 안 통하잖아?'
언제나 같은 상황이 재현되는데도 나는 이번에는 강력하게 하리라 하고 마음으로 다짐을 하고 또 다짐을 했다.
내 나이가 몇인가.. 아직도 이러고 사는 꼴이라니..
"여보! 불꽃놀이 구경가자!"
한참후에 다시 들어온 남편..
"시간이 지금 딱 가야 할 시간이다!"하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시침을 뗀다.
흥! 이번엔 안되지요..
"여보! 가자!"
"싫어! 난 안가!"
그렇게 그 밤은 깊어가고 요란한 폭죽소리도 잠잠해졌다.
아! 내 독립의 길은 이렇게 멀고도 험한가..
언제나 안개낀 장충단이 아니라 내 앞날이다.^^*
"여보! 미안해"
잠 자는 척 모르는 체 하는 나에게 살며시 다가와서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남편..
또 작전이다.
에구.. 난 남편의 고단수에 언제나 넘어가고 마는 어리숙한 아내.
이번엔 어림없지..
"내일 아침엔 사우나 갔다가 교회축구시합 하는데 가자."
"안가! 내가 왜 자기 좋은 것만 해야 돼? 싫어!"
이번에도 또 실패한 것 같다..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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