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아래

"시끄러 봐!"

달빛.. 2006. 12. 5. 00:47

 

폭설이 오고 나서
기온이 너무 내려간 탓인지 자꾸만 몸이 움츠러든다.

 

"아들! 오늘은 엄마가 데려다 줄게.."

 

집앞에 오는 작은 애의 학교버스와는 달리
아들의 학교버스는 집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서기 때문에
거기까지 걸어가야 하고 또 기다리는 동안에도 길거리에
덜렁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두커니 서 있어야 할 아들은
겨울바람에 몹시 춥다.

 

느슨하게 준비를 하고 아들의 학교로 향했다.
아직도 녹지 않은 많은 눈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하얀 하늘엔 이른 아침 햇살이 떠오르고 있었고
세상은 그렇게 어우러져 빛이 나고 있었다.

 

차들의 뒤꽁무니에서 품어대는 뭉글뭉글한 하얀 연기 탓인지
길거리의 세상은 엉금엉금 기어다닌다.

보기만 해도 숨차 오르는, 높이 쌓인 하얀 눈 위로 올라가는
한 남학생의 바지가 벗겨져 엉덩이가 보였다.
요즘 애들에게 유행하는 스타일이 쉽게도 저런 모양을 만들어낸다.

왜 허리에 있어야 할 바지의 벨트가 엉덩이에 걸쳐 있을까..
늘 궁금했었다.
유행이라니 어쩔 수 없지만 나이 먹은 부모로서는
그 유행이 이해가 안 되었다.
칠칠하여 보이는 게 유행이라니..ㅎ

 

기어다니는 차들이 거리도 가로막는다.
아들의 학교로 들어가는 길은 한가운데서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줄줄이 밀려 있는 앞의 차들은 좀처럼 움직일 줄 모른다.
겨우 꺾어 들어선 학교 앞..
앞 자동차에서 내리는 남자애의 바지가 또 벗어졌다.
겉 바지 속에 얇은 바지.. 또 그 속에 추렁크 팬티 같은 것..
줄줄이 드러나는 속옷을 보면서 박장대소를 했다.
자꾸 추켜 올리지만 여전히 줄줄이 내려간다.

 

"푸하하하하~ 어쩜 좋아.. 저러고 싶을까? ㅎㅎ"

 

"시끄러 봐!"

 

한국말이 서투른 아들.. 내 웃음에 갑자기 민망해졌는지
대뜸 하는 소리다.ㅎㅎ
초록은 동색이라고..

'달빛아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 그 고단함과 쓸쓸함 속에서..  (0) 2006.12.28
별일이 다 있다..  (0) 2006.12.23
툭, 툭, 툭..  (0) 2006.11.30
USA vs The World  (0) 2006.11.04
SAW 3..  (0) 2006.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