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아래

한겨울의 꽃 비..

달빛.. 2007. 12. 15. 00:38
한겨울의 꽃 비..
참 오래된 얘기다.
그러니까 그녀가 전화로 메시지를 남긴 
내 수필 '얼음 꽃'에 대한 기억..
겨울이 길어 일년중 거의 반은 춥다.
그렇더라도.. 
눈이 그렇게 많이 와도 
얼음 꽃을 만나기는 정말 어렵다.
날씨가 몹시 추운 곳이라 눈이 오면 
눈꽃은 쉽게 볼 수 있어도
다 녹아서 얼음이 되어 만들어지는 얼음 꽃은 정말 보기 드물었다.
한 벽면이 다 창이었던 우리 집.
바로 집앞이 공원이라 나무들의 울창함이 사철 한눈에 보였었다.
그 덕분에 겨울에도 비록 벗은 나뭇가지들이지만 
풍경은 언제나 창으로 넘어 들었었다.
자꾸만 이불 속으로 다시 들어가자던 겨울 아침..
난데없는 창밖 챙그렁거림 소리에 잠을 깼다.
부스스 거실로 내려오다 커다란 창에 비친 투명한 얼음 나라.
눈을 의심하며 다시 본, 얼음으로 덮힌 나무들의 아름다움에 
정말 꿈을 꾸는 듯 그 아침이 그렇게 황홀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그 맑은 울림..
"챙그렁~ 챙그렁~"
그 울림에 머리 위로 하얀 꽃 비가 내렸었다.
그해 겨울..
그렇게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 만큼 아름다운 얼음 꽃을 본 뒤로
정확히 12년 만에 올해 다시 그 얼음 꽃을 보게 된 것이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다 마추친 그 얼음 꽃 때문에  
어떻게 학교에 갔다 왔는지 얼음 꽃에 고정된 내 눈은 
모든 생각을 정지시켰다.
마냥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벅차오르는 감격과 기쁨은 머리를 다시 하얗게 만들었다.
전화가 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우연히 비핑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리니..
"나야.. 
있잖아.. 
얼음 꽃 봤어? 
오늘 아침 얼음 꽃이 피었어..
너무 예쁘더라.. 
그런데 그 얼음 꽃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옛날에 자기가 썼던 그 수필 '얼음 꽃'이 생각나는 거야.
잘 지내지?
그래.. 그 얼음 꽃처럼 우리도 이제 강해질 거야 그치?"
매해 가을만 되면 나는 가을 앓이를 심하게 했었다.
그녀가 나를 아프게 하고 떠난 뒤로 그 상처를 가을에 기대어 
가을 앓이로 힘겹게 어루만졌었다.
기도 짝이었던 그녀..
늘 두 손을 마주 잡고 기도하던 그녀와 나는 
서로 눈빛만 보아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느 정도는 쉽게 간파할 수 있는 
그런 사이였었다.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제일 먼저 달려와 주었고
아무에게나 말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것까지도 의논하는,
가슴 깊은 곳까지 터치하는 그런 사이였었다.
그랬던 우리가 ..
우연히 교회의 분쟁에 그녀가 가담되면서 작은 오해가 생겼다. 
언제나 중립이었던 나를 그녀가 멀리하고 이유도 모른 채 
기도해 주기 위해 맞잡은 그녀의 손이 굳어 있음을 알아차린 내 직감대로 
그녀는 그렇게 떠나갔었다.
몇 년 후 그녀는 다시 돌아왔고 용서를 빌었다.
그전처럼은 못 돼도 그냥 남들처럼 소식이나 전하고 살자던 그녀..
그렇게 서먹한 재회 후에 가끔 소식만 듣던 
그녀가 오늘 전화를 했다.
12년이나 지난 그 글을 기억하고 있다니..
단 한 번 읽었을텐데..
하늘에 때아닌 꽃 비가 내렸다.
하얀 기억의 아름다운 꽃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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