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6

겨울 숲..

밤사이 내린 눈이 이미 쌓일 만큼 쌓였는데도여전히 눈은 내린다. 눈 오는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다불현듯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길거리엔이미 제설차가 다녀간 뒤라자동차들이 다니기에는 별 분편함이 없어도사람이 다니는 길은아직 그대로다.    오늘은내 '그리움의 숲'으로 향하지 않고전혀 낯선 숲으로 갔다. 입구에 들어서자숲속으로  난, 차들이 다니는 길은벌써 제설차가 다녀간 뒤였다.    치운 눈길 위로또다시 눈은 쌓이는데숲속에는아무도 없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    길이 끊긴 곳에서도여전히 아무 모습도 보이지 않고언제 다녀갔는지흔적만 총총총 남아있었다.   아무도 없는텅빈 숲이라도하얗게 덮힌 눈에마음은하나가득 기쁨이지만그래도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행여 겨울 숲을 지키는반가운 사슴이라도 불쑥 나오..

달빛아래 2007.12.06

슬픔으로 가는 길 / 정호승

슬픔으로 가는 길 / 정호승    낯선 새 한 마리 길 끝으로 사라지고길가에 핀 풀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데 내 진실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내 진실로 슬픔을 어루만지는 사람으로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슬픔으로 걸어가는 들길을 걸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 하나슬픔을 앞세우고 내 앞을 지나가고  어디선가 갈나무 지는 잎새 하나 슬픔을 버리고 나를 따른다내 진실로 슬픔으로 가는 길을 걷는 사람으로끝없이 걸어가다 뒤돌아보면  인생을 내려놓고 사람들이 저녁놀에 파묻히고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하나 만나기 위해 나는 다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다른 2007.12.02

너를 사랑하고도..

너를 사랑하고도 / 전유나   너를 사랑하고도 늘 외로운 나는가눌수 없는 슬픔에 목이 메이고어두운 방 구석에 꼬마 인형처럼 멍한 눈 들어 창 밖을 바라만 보네너를 처음 보았던 그 느낌 그대로내 가슴 속에 머물길 원했었지만서로 다른 사랑을 꿈꾸었었기에난 너의 마음 가까이 갈 수 없었네저 산 하늘 노을은 항상 나의 창에붉은 입술을 부딪쳐서 검게 멍들고멀어지는 그대와 나의 슬픈 사랑을 초라한 모습 감추며 돌아 서는데이젠 더 이상 슬픔은 없어너의 마음을 이젠 알아사랑했다는 그말 난 싫어마지막까지 웃음을 보여줘..

음악 이야기 2007.12.02

12월..

우리집 달력은 벌써 12월로 넘어가 있다.그이를 쏙 빼 닮은 막내의 짓인가보다..ㅎ느긋할 때는 느긋한데 성질 급할 때는 또.. 아무도 못 말린다.버리는 거 좋아하고..ㅎ 버리는 것에 대한 소고를 할라치면..할 말이 너무 많다..위로, 돌아가신 시할머님부터.. 아버님.. 남편..그리고 막내까지.. 아무튼..어느날 갑자기 없어진 물건찾아 헤매기 일쑤였던 날들..ㅎ 어느 정월 초하루 아침..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전 날 내 놨던 하얀 고무신 찾아 삼만리..당신 고무신인 줄 알고 필요없다고 그날 아침에 부지런히도 버리셨다는 시할머님..ㅎ...날이 다 가기도 전에 없어져 버린 11월의 달력..마지막 한 장 남은 12월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우울하다..

달빛아래 2007.12.01

Chanson Simple / Patricia Kaas

C'est une chanson simple que je te donne Aussi facile qu'elle est tendre Tu sais ce sont parfois les mots très simples Les plus difficiles à entendre Laisse-toi guider au bord des mots Et regarde au bout de tes pas Le gouffre profond où sont jetées Toutes ces phrases qu'on ne dit pas Tous nos silences je les pardonne Laisse-moi les ramener à la vie Par une chanson simple que je te donne Toi qui ..

음악 이야기 2007.11.18

물소리..

여자이면서도.. 가슴에 대해서 그렇게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큰 시누이의 수술로  그림을 봐도 그냥 지나쳐지지가 않는다. 어떻게 마음을 위로해 줘야 할 지..  아직도 나는 벌판에 서 있다. 정작 그녀가 서 있을 벌판에  왜 내가 서 있는지.. 전화가 왔다."있잖니.. 신기한 건..  깨어나 보니 중환자실이더라..  아픔도 없었고.. 두려움도 잠시..  신기하지? 지금은.. 몰핀 하나로도 괜찮구나..  참 감사한 일이지?  정말 다행이다.."  쉬지 않고 독백처럼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 뒤로 물소리가 난다. 가슴에 흐르는 물소리..

달빛아래 2007.09.09

"내가 너를 사랑한다.. 너도 살고 나도 살자.."

밤 늦게 달리는 고속도로는 참으로 경쾌했다. 차도 별로없는 넓은 도로가 양쪽이 다 비어있었다. 도로는 그렇듯 경쾌한데 그 길을 가르는 마음은 꼭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와 같은 심정이었다.  "엉.. 엉..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내가 이런 병에 걸릴 줄 누가 알았어. 우리 집에 그런 사람이 없잖아 너도 알다시피.." 손위 시누이로도 제일 첫번째인 그녀가하나뿐이면서 막내 올케인 나에게 어린아이처럼 응석같은 울부짖음을 토해냈다.  "그러게 말예요. 어떻게.. 항상 혈압과 당뇨만 걱정했더니 이게 왠일이래요." 어머니를 닮은 그녀는어머니가 가지고 계셨던 병을 그대로 물려 받았다. 겁없는 것도 닮아서 그럼에도 전혀 몸은 신경 쓰지도 않고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사는 뚝심 센 그녀다.  "암이라고 ..

달빛아래 2007.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