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아래

깊은 대화..

달빛.. 2008. 3. 21. 05:56

여름날 같은 오늘..

텍스 시즌이라 나도 텍스보고를 하기 위해

메일링을 하러 우체국에 갔다.

 

붐비지 않아서 여유가 있는 우체국안에 들어서자

이상한 기계음에 귀가 솔렸다.

소리의 방향을 찾으니..

우체국 직원이 뭔가 훌레쉬 같은 기계를 목에 대면

거기에서 말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순서를 기다리며 한참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참 힘들어 보였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무슨 일이예요? 당신 목소리?"

그러자..

와이셔츠의 단추가 풀린 부분을 제키며 보여주는 그의 목은

구멍이 크게 뚫려 있었다.

보기도 가슴아픈 그의 목을 보여주는 그는

오히려 태연했다.

 

"미안해요.. "

말하기도 힘든 그에게 말을 시킨 것 보다

구멍난 그의 목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더 싸아 해져서

공연히 물었다 생각했다.

그의 눈빛을 보며 더 이상은 말이 필요없는

깊은 대화를 했다. 

 

그에게 빨리 회복하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긴 인사를 남기고

우체국을 나서는 발길이 물컹했다.

 

어제는..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회여서 각 구역별로 나와 찬양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여려명이 나와서 줄을 서고 찬양을 하는 제일 앞에

아마도 연세가 가장 많으실 것 같은 할머니 한 분이

허리가 구부정하고 다리에 힘이 없어 보이는데

줄을 맞출 감각도 없으신지 옆으로 튀어 나와서 삐닥하게 서 계셨다.

물론, 그 연세니 눈도 침침하실 것이다.

그래도 찬송가는 들고 계셨다.

그때, 할머니 바로 뒤에 서 있던 분이 뭐라고 할머니에게 말을 건냈다.

아마도 바로 서시고 찬송가를 보라고 한 것 같았다.

 

이윽고 찬양을 부르기 시작하는데

할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그만 주르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찬송가는 들었으되 보이지 않아 가사를 모르시는 할머니..

그저 입술만 달싹 달싹..

나름 심각한 표정이 되어 정성을 다해 온 몸으로 찬양을 하시는 할머니..

 

허리도 굽었어요..

다리는 힘이 없답니다..

눈도 침침해져서 더 이상은 보이지 않아요..

그러나 하나님..

이런 제 모습보다..

제 마음을 받으시지요?

제 가슴을 받으시지요?

제 삶을 받으시지요?

 

......

 

할머니의 몸짓과 표정에서 나오는 찬양에서

그 분과의 깊은 대화를 읽을 수가 있었다.

 

그 우체국 직원과 할머니..

잃어버린 내 길을 찾아 주고 있었다..

갈 곳 모르고 늘 업 앤 다운 하는 내 믿음의 길을..

'달빛아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러니 자식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은 더 하겠죠..  (1) 2008.05.01
오늘은..  (0) 2008.03.31
삶의 작은 이야기들..  (0) 2008.03.13
애인..  (0) 2008.01.21
Happy~ New Year~~~~~!!! ^^*  (0) 2008.01.01